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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 엄암리. 평범한 시골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저 멀리 거대한 시설물들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지막한 야산과 이제 막 모내기 채비에 들어간 논, 오래돼 보이는 주택들만 간간이 보이던 풍경에서 갑자기 공장처럼 생긴 시설물들이 나타나자 낯선 느낌이 들었다.
이곳은 축구장 60개 정도 규모인 42.7㏊ 부지에 들어선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다. 사업비 1738억원을 들여 2021년 준공한 이곳에서는 딸기와 토마토, 멜론, 오이 등 작물을 위주로 키우는 스마트팜토마토스
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부지 안으로 들어서니 우뚝 솟은 온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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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문외한’서 전문농부로 교육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매년 18~39세 사이의 청년 52명을 선발해 전문화된 창농 교육을 시키는 청년주식비법
창업보육센터, 농업 관련 기술이나 기자재 실증을 진행하는 실증단지, 청년창업보육센터 수료생과 지역 농업인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강태영(32)씨도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생 중 한 명이다. 교육생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농사와는 전혀 관련 없던 청년이잭팟
었다. 강씨는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를 하다가 농업에 흥미를 느껴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조성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토마토 온실에서 교육생 강태영씨가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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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의 하루 일과는 토마토가 자라고 있는 온실이 아닌 ‘환경제어실’에서 시작된다. 환경제어실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에는 ‘외부환경 기상센서’가 있는데, 여기서 온실 안의 온도와 풍향, 풍속, 일사량(日射量), 내부 습도 등이 표시돼 있었다. 또 토마토 줄기가 연결된 배지(培地)는 토양 역할을 하는데, 스마트팜 설비가 배지의 무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마니커 주식
배지에 수분 함량이 얼마나 높은지를 파악한다.
강씨는 토마토 생육 단계를 고려해 최적의 조건을 환경제어실에서 만들어낸다. 그는 “환경제어실에서는 말 그대로 날씨를 조절할 수 있다”며 “천장의 개폐율을 바꾸거나 스크린을 통해 채광 정도를 조정하고 안개를 분사해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 냉풍이나 온풍을 비닐관으로 흘려보내 냉·난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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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하나로 온실 내 환경 조절
그를 따라 들어간 토마토 온실은 문을 열자마자 열기와 습기가 확 느껴졌다. 열을 맞춰 자라고 있는 토마토 작물 사이에는 냉·난방을 조절하고 농기계의 이동을 돕는 레일이 깔려 있었다. 강씨는 레일에 고정된 리프트에 올라타고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토마토의 상태를 확인했다.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조성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환경제어실에서 교육생 강태영씨가 모니터에 표시된 각종 환경 관련 수치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정석 기자



강씨는 “스마트팜 온실은 자동화가 많이 돼 있어 노동력이 훨씬 적게 들어간다. 일반적인 형태의 관행 농업이었다면 노동력이 2배는 더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스마트팜 온실은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농업인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빠르게 쌓을 수 있다. 기존에는 개인의 경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농업을 배운 교육생뿐 아니라 기존 농업인들도 스마트팜을 이용한 뒤로 수확량과 품질이 훨씬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욱(45)씨는 7년 정도 상주시 함창읍에서 오이 농사를 짓다가 지난 3월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했다. 원래 오이를 토양에 심어 재배하다가 스마트팜 온실에서 무토양 수경(양액) 재배를 하고 있다. 김씨의 온실 역시 환경 조건을 조절하는 시설과 함께 수경재배에 필수적인 양액을 자동 순환시키는 설비도 갖춰져 있다.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조성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토마토 온실에서 교육생 강태영씨가 리프트에 탑승한 채로 작물을 살펴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김씨는 “수경 재배는 처음인데 스마트팜 온실에서 환경 조건을 쉽게 맞추며 재배를 하다 보니 토경 재배를 할 때보다 훨씬 수확량이 높고 노동력도 덜 든다”고 했다.
상주시를 비롯해 전북 김제, 경남 밀양, 전남 고흥 등에 조성돼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운영 목적은 농업의 첨단화다.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없이는 지방소멸과 함께 지역 농촌도 사라진다는 판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스마트팜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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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확산 힘쓰는 지자체들
국내외 스마트농업 시장은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은 2020년 138억 달러에서 올해 220억 달러로 연평균 9.8% 성장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장 역시 2020년 2.4억 달러에서 올해 4.9억 달러로 연평균 15.5% 성장이 예상됐다.

김주령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경북도는 고령화, 일손부족, 기후 변화 등 농업·농촌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농업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바로 규모화·기계화·첨단화를 통한 스마트 농업 확산”이라며 “농업인들이 쉽고 편한 농업으로 생산성과 소득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조성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임대형 소마트팜에 입주한 김동욱씨가 자신이 재배하고 있는 오이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석 기자


다만 전기요금 급등처럼 스마트팜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2일 경북도의회 도정질문과 한국전력공사 자료에 따르면 냉난방을 위해 주로 쓰는 농사용 전기요금은 저압의 경우 2022년 1분기 1kWh당 34.2원에서 올해 1분기 63.3원으로 약 85% 폭등했다. 농사용 면세유(등유)는 2020년 1L당 평균 677원에서 지난해 1150원으로 69.8% 올랐다.
노성환 경북도의원은 “농사용 전기요금이 올 연말까지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청년농업인을 농촌으로 끌어들여 스마트팜을 육성하려면 전기요금과 투자비 등 전반적인 효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조성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오이 온실. 천장에 설치된 분무 장치에서 수증기가 분사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상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