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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세기에 살았던 고대 철학자 필로데모스의 저작이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탄화된 두루마리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디지털 기술로 손상된 고문서를 훼손 없이 판독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 학계를 놀라게 했다. 고대 철학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연구 프로젝트 베수비오 챌린지는 고대 로마 헤르쿨라네움에서 발굴된 탄화된 파피루스 두루마리의 제목과 저자를 최초로 밝혀낸 연구자들에게 6만 달러(약 8383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마르셀 로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연구원, 미카 노박 그레이시초가공략
스완 연구원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베수비오 챌린지는 2023년에 시작된 국제 연구 프로젝트다.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탄화된 고대 파피루스 문서를 손상 없이 판독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특히 이탈리아 헤르쿨라네움 지역의 고대 로마 별장에서 발견된 수백 개의 탄화된 두루마리에 주목하고 있다. 헤르쿨라네야마토사이트
움 두루마리들은 대부분 심하게 손상돼 물리적으로 펼 수 없고, 표면의 잉크도 탄소화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된 로스와 노박 연구팀은 고해상도 엑스레이(X-RAY) 스캔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PHerc. 172'란 분류 기호가 붙어있는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가 에피쿠로스 학파 철학자 필로데모무료충전야마토
스의 '악덕에 관하여(On Vices)'라는 저작임을 밝혀냈다. 영국 옥스퍼드 보들리언 도서관이 소장 중인 PHerc. 172 두루마리는 2023년 영국 방사광 가속기 '다이아몬드'에서 고해상도 X-RAY 촬영을 거친 바 있다.
연구팀은 PHerc. 172의 고해상도 X-RAY 영상을 바탕으로 두루마리를 컴퓨터 상에서 가상으로 펼쳤다. 두한국화장품 주식
루마리의 내용을 해독하는 데 사용된 핵심 기술은 인공지능(AI)과 의료 영상 분석 기법이다.
존슨 연구원 연구팀은 의료용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 분석에 사용되던 AI 모델을 변형해 탄화된 두루마리에 남아 있는 잉크 흔적을 식별하도록 훈련시켰다. 잉크가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하나하나 손으로 표시하면서 데이터셋을 구축했고 AI가 잉크ELW사이트
의 특징을 자동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학습된 AI는 탄화된 종이 속에서 사람이 식별하지 못하는 잉크의 흔적을 추출해냈다. 두루마리의 제목과 저자 정보가 또렷한 문자 이미지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마이클 맥오스커 영국 유니버시칼리지런던(UCL) 교수는 “지금까지 이 두루마리에 글자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디지털 스캔 화면에서 잉크가 실제로 보인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필로데모스의 저작이 담긴 것으로 밝혀진 PHerc. 172 두루마리는 기원후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에 파묻힌 로마 고급 별장의 도서관에서 출토된 수백 개 문서 가운데 하나다. 이 별장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장인이 소유했던 저택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심하게 탄화돼 펼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잉크 역시 탄화된 종이 위에 남아 있지 않아 판독이 불가능한 상태다.
문서에 기입된 '알파(α)' 기호는 이 문서가 '악덕에 관하여' 시리즈 중 제1권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저작은 최소 10권으로 구성돼으며 각 권은 오만, 탐욕, 아첨, 가사 운영 등 다양한 인간의 결함을 주제로 삼고 있다.
향후 더 많은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에 대한 해독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3월에는 18개 문서가 영국 방사광 가속기 연구소에서 추가로 스캔됐다. 이달 중에는 프랑스 그르노블의 유럽 방사광 가속기 시설에서 20개 문서에 대한 촬영이 진행된다. 방사광 가속기는 고에너지 X선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강력한 빛을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생성된 X선으로 물질의 내부 구조를 원자 수준까지 분석한다.
브렌트 실즈 베수비오 프로젝트 공동 창립자는 “새롭게 스캔한 두루마리들에서 잉크 흔적이 점점 더 많이 보이고 있지만 이를 일관된 텍스트로 변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현재 가장 큰 과제는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정리된 텍스트로 전환하고 해석하도록 기술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