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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도되는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당 국가의 역사 등을 알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5월 9일부터 격주 금요일에 만날 수 있는 '세계는 왜'는 그런 궁금증을 쉬운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주는 소화제 같은 연재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첫 100일 동안 여러 의미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행보를 보였습니다. 특히 빠르게 밀어붙인 관세 폭탄은 보험상담
전 세계를 울렁이게 하고 있죠. 당분간 시간을 벌어두긴 했지만, 7월 초 발효로 미뤄진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그 여파는 단순히 무역 영역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은 오래됐습니다. 그는 해외 국가들이 미국을 괴롭히고, 재산을 갈취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저릴게임환수율
렴하게 생산한 물건은 싼값에 미국에 팔아넘기고, 미국이 수출하는 상품은 무역 장벽을 세워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거죠. 한마디로 "공정하지 않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관세가 필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세는 생각보다 위험한 장치입니다. 기본적으로 무역이란 건 상대국과의 '주고받는' 과정을 의미하는데한일철강 주식
, 지키기만 하고 내주지 않는다면 무역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으니까요. 이미 세계는 역사를 통해 이를 배워왔습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 행보에서 1930년대의 기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죠. 그러면 100여 년 전 대체 무슨 일이 있었고, 그 끝이 어땠는지 한 번 들여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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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초입, "미국의 불황은 끝났다"?



1929년 10월 미국 뉴욕증시가 대폭락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 근처에 모여든 시민들. 미국 사회보장청 홈페이지 캡처


1920년대는 미국에서 '광란체리마스터 비법
의 20년대(Roaring Twenties)'라고 불릴 정도로 호황기였습니다. 1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던 유럽이 초토화되는 동안 미국은 전쟁특수를 누릴 수 있었거든요. 채무국이었던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가가 됐습니다.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이 빠르게 성장했고, 당시 연평균 성장률은 10%에 육박했습니다. 고층 빌딩이 건설되고 자동차가 대중화됐으며 영화관이 생겼습니다. 번영은 영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1929년 10월, 뜨겁게 달아오르기만 하던 미국 주식 시장의 거품이 한순간에 꺼졌습니다. '검은 목요일'에 '검은 화요일'까지 지나며 두 달 만에 주가지수는 반토막이 났죠. 익히 잘 알려진 대공황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허버트 후버 정권은 낙관적이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죠. 특히 1929년 연말부터 1930년대 봄 사이 투자자들이 폭락장을 바닥 신호로 보고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지수가 절반가량 반등했는데, 이를 두고 후버 정권은 "미국의 불황은 끝났다"고 선언하기까지 했습니다. 다가올 폭풍우를 예상하지 못한 채 말이죠.
"미국인들이 매 끼니 닭고기를 먹고 누구나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하며 당선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당시를 '기회'로 여겼습니다. 이참에 불황 극복을 위해 국내 산업을 다시 강화해야겠다고 판단했거든요. 우선 가격이 하락하던 농산물을 겨냥했습니다. 자신의 지지층이기도 한 농민들은 당시 경제 성장에서 다소 소외돼 있었는데, 이들을 도와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생각이었죠. 꺼내든 것은 '관세'였습니다.

2만 개 넘는 관세 품목... 보복 관세에 세계경제 동반 추락



1929년 스무트-홀리법을 풍자한 만평. 코끼리(공화당)가 법안을 언덕 위에 있는 백악관까지 밀어올리려 애쓰고 있지만, 당나귀(민주당)와 뿔이 하나인 염소(공화당 내 반대파)가 이를 저지하고 있다 스무트-홀리법은 결국 이듬해 6월 발효된다. 미국 의회도서관


법안 발의자 리트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의 이름을 따 마련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외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법안 통과 과정에서 관세 부과 대상은 농산물에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불경기로 많은 산업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익단체들은 관세 인상을 위해 의회에 열심히 로비를 했습니다. 동료 의원들도 지역구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법안 논의 과정에 기웃댔죠.
이 과정에서 관세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높아졌는데, 결과적으로 2만 개 이상의 수입품에 평균 59%에 달하는 관세가 부과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밀, 옥수수 등 농산물뿐 아니라 인형, 가발, 마카로니(파스타 면의 일종)까지 대상에 포함됐죠. 법안에 붙은 관세율 표가 무려 1,000페이지에 걸쳐 이어질 정도였다고 하네요. 수천 명의 경제학자들부터 헨리 포드 등 기업인까지 격렬히 법안에 반대했음에도, 후버 대통령은 결국 1930년 6월 이 법에 서명했습니다.
당연히 관세 공격의 표적이 된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캐나다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당시 미국의 주요 교역국은 일제히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고 수입처를 다른 나라로 옮겼습니다. 미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새로운 무역 '블록'을 형성한 국가들도 있었죠.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전체를 휩쓸면서 전 세계 평균 관세는 20%를 넘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역설적으로 농민들이었죠.
효과는 즉각 나타났습니다. 세계 무역액은 1929년 84억 달러에서 1932년 30억 달러로 3년 만에 3분의 2가 날아갔습니다. 미국 수입은 1929년 44억 달러에서 1933년 15억 달러로 줄었고, 같은 기간 수출은 54억 달러에서 21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국민총생산(GNP)도 급격히 줄었고, 실업률은 25%까지 폭등했습니다. 주가지수는 3년 가까이 추락했죠. 기나긴 대공황이었습니다. 몇 년 만에 사실상 20~30년이 순식간에 통째로 사라진 셈입니다.

관세전쟁은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들까



미국 수입 평균 실효 관세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많은 경제학자들은 보호무역주의를 상징하는 스무트-홀리법이 대공황을 장기간 재앙으로 몰고 갔다는 데 동의합니다. 경제사학자 존 스틸 고든은 심지어 1929년 주가 대폭락이 아닌 이 법안이 대공황의 시작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이 아니었으면 대공황이 그토록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었다는 거죠.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11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한 세기 동안 입법자들은 재앙적인 경제 정책의 대명사가 된 이 법안을 다시는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서 역사는 반복될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습니다. 광범위한 관세는 성장을 저해하고 물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인데요. 현재까지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저서 '대공황의 세계'에서 미국과 같은 패권국가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세계에 자유무역이라는 공공재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굳건해지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전체가 공동 번영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패권이 흔들리게 된다는 건데요. 과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미국을 더욱 강하게 만들까요, 아니면 미국의 지위를 흔들리게 할까요?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