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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젊을 때 주로 했던 상상 중 하나는 단연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운동장의 동상을 자정에 열두번 돌고 허리를 굽혀 가랑이 사이로 거울을 보면 미래의 배우자를 만날 수 있다는 괴담 아닌 괴담은 그야말로 인기 절정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친구들과 ‘10년 후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라는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 그리고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도 미래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대상이다. 미래는 왜 이렇게 우리를 불안하게 할까.
‘멸망에 투자하세요’는 이토록 불확실한 수입정품 미래를 고정시켜놓은 세상을 보여준다. 투자청의 미래 예측 시스템 ‘미예테’가 지배하는 세상. 발달한 인공지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 노동직에 종사한다. 변화 없는 지루한 삶. 이 중 졸업시험과 미예테를 통과한 소수의 고등학교 3학년생에게 전 국민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단 한명에게 주어지는 투자. 성공하기만 하면 투자를 받는 사람이나 재무계산기 추천 투자를 한 사람 모두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다.
2055년, 소설 속 근미래는 모든 것이 결정되어 아무 고민도 노력도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다. 노동의 보람이나 자부심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오로지 일년에 한번 있는 투자에 집착한다. 그 와중에 30년의 미예테 역사상 단 한명만 나왔다는 능력자가 두명이나 나온다. 투자청도 이를 한국토지주택공사 경남지역본부 지켜보는 사람들도 술렁인다. 능력자 중 한명은 예언자 최선. 또 다른 능력자는 파멸자 백소망. 예언자는 단언한다. “넌 세상을 멸망시키게 될 거야.” 하지만 소망은 최선의 예언을 이렇게 받는다. “여러분! 저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는 멸망뿐입니다! 여러분, 멸망에 투자하세요!”
소설은 어찌 보면 뻔한 멸망, 예언, 믿음, 미래 등을 색다 소속대학 르게 배치하고 끼워 맞춰 독자에게 질문한다. 미래가 결정되면 좋을까? 실패하지 않으면 행복할까?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사실 ‘성공하고 안정된 미래’만큼 사람들을 홀리는 말도 없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 많이 비춰져 이제 우습게 되어버린 우리 사회 리더들의 점치는 문화는 성공과 실패를 우리가 얼마나 이분법적으로 곡해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무당이나 법 대출평균금리 사에게 욕을 먹고 천대를 받으면서 뛰라면 뛰고 춤을 추라면 춤을 추고 부적을 써서 바꿀 수 있는 미래라. 과연 미래는 그렇게 해서 바꾸거나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미래에 미래라는 이름을 붙여도 괜찮은 것일까.
미래는 이전에도 만만치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래는 몰라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소설이 말하는 것처럼 “미래를 모른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이기도 하다. 소설은 묻는다. “모퉁이를 돌면 뭐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삶”의 불확실성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맞이해야 할까. “난 항상 설레는 마음을 잃지 않을 거야. 내가 왜 그걸 포기해야 해?” 맞다. 누군가 정해놓은 꽃길을 걷는 일은 일면 힘들지 않겠지만, 또 다른 일면 죽도록 지루할 터이다. 지루해서 술을 마시고, 약과 도박에 손을 대느니, 알 수 없는 미래를 두근거리는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건강하고 아름답지 않을까. “실패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어서 인생은 공평하다.



송수연 청소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