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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물이 튀는 공장에 비하면 딸기향 가득한 비닐하우스가 천국이나 다름없지요.” 평생 밭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초보 농사꾼 안지훈(43)씨가 삼척시 근덕면 맹방 일원에서 딸기 농사를 지은 지 올해로 벌써 7년차에 접어들었다. 경찰 공무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밑에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나름 부족함 없는 삶을 살던 안지훈씨의 인생을 바꾼 것은 어느 날 딸기를 사러 들어선 한 비닐하우스였다. 사방으로 쇳물이 튀는 합금철 회사에서 9년이나 일하면서 온 몸에 크고 작은 화상을 일상으로 알고 지내던 어느 겨울날, 친구 아버지의 딸기 하우스에서 느낀 따뜻함에 그동안 자신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 지를 깨달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농 루나파크 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곧바로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농사를 지은 지 꽤 지났음에도,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안지훈씨는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재배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다짐했다.






부산저축은행파산 ▲ 올해 귀농 7년차를 맞은 안지훈(43)씨가 삼척시 근덕면 맹방 일원에 가꾼 자신의 딸기 농장에서 정성껏 기르고 있는 딸기를 살피고 있다.





■ 9년간 다루던 ‘쇳물’에서 벗어나 ‘귀농’ 꿈꾸다 청년 창업 농부 안지훈 기초자치단체 씨는 사실 삼척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마친 삼척 토박이다. 하지만 평범한 직장인 부모 슬하에서 자라면서 평생 농사를 모르고 살았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대학에 합격했지만, 불현듯 “굳이 대학을 졸업할 필요가 있을 까”라는 생각에 등록을 취소했다. 이후 가족들과 함께 인근 동해로 이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적성에 대해 깊이 고심했지만 마땅한 진로가 떠 정부창업자금대출 오르지 않아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한 이후 삼척 정라항에 있는 조선소에서 용접일을 배우며 어엿한 직장인으로 거듭났다. 이후 동료들과 함께 울산으로 내려가 용접일을 다시 했지만, 6개월쯤 뜻하지 않게 몸을 다친 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20대 후반쯤 동해에 위치한 합금철 회사에 취직하고 9년동안 쇳물을 다루는 일을 했다. 맞이하였다 쇳물이 사방으로 튀고 메케한 냄새가 가득한 공장에서 하루하루 버텨가며 살던 어느날, 불현듯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했다. 온 몸에 화상이 일상으로 변하고 방진마스크가 없이는 공장 안으로 들어서지도 못하는 위험천만한 일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갑작스러운 직장 동료의 죽음을 목도한 때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딸기 농장을 찾았다. 그 친구가 집에서 가져온 딸기가 너무 맛있어서 다시 맛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나선 길이었다. 한창 추운 겨울이었는데, 딸기 농장이 있는 비닐하우스로 들어서자, 자신이 힘겹게 버텨온 공장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따뜻함은 물론이고 진한 딸기향이 가득한 비닐하우스를 보면서 “이 곳이 천국이구나”고 생각했다. 그 때가 2018년 겨울이었다. 한동안 깊은 고민을 한 안지훈씨는 이듬해 동료 아버지에게 딸기 농사를 배우고 싶다고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농사 일이 너무 힘든데다, 돈이 되지 않으니 그냥 다니던 회사일이나 열심히 하라”는 충고였다. 또다시 깊은 고심에 빠진 안지훈씨는 이번에는 과감하게 회사에 사표를 내고 동료 아버지를 찾아갔다. 그제서야 안지훈씨의 진심을 알게 된 동료 아버지는 그럼 농사일을 배워보라고 권유했고, 그렇게 초보 농사꾼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2019년의 일이다.






▲ 안씨가 삼척시 근덕면 맹방 일원의 딸기 농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초보 딸기 농사꾼, 태풍에 좌절을 겪다 농사일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초보 농사꾼 안지훈씨가 제일 먼저 의지한 곳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회사 동료 아버지의 딸기 농장이었다. 그 곳에서 몇개월동안 딸기 농사에 필요한 지식을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우며 어엿한 농사꾼으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을 보냈다. 모종을 어떻게 심고 관리해야 하는지, 물은 얼마나 줘야 하는 지 등 아주 세세한 농사지식을 쌓아가던 어느날 안지훈씨만의 농장이 생겼다. 청년농업인 자격으로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약 2000㎡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임대했다. 처음에는 비닐하우스 내 노지에 산딸기를 심고 가꾸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농사를 시작한 첫 해인 2019년 삼척을 강타한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인해 힘들게 농사지은 비닐하우스가 침수됐다. 한순간에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망연자실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를 바라보면서 안지훈씨는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농사 지식을 탓했다. 태풍 등 물난리에 대비한 물빠짐 등을 고려해 비닐하우스를 관리해야 했지만, 이를 못했다고 도리어 자신을 탓한 것이다. 다시 팔을 걷어붙이고 농사에 매진했다. 날씨변화에 따른 재배법과 하우스 시설 관리, 트랙터 사용법, 로터리 치는 법 등 지역 선배 어르신들에게 농사관련 지식을 하나둘 쌓아갔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강원도와 농림축산식품부, 삼척시 농업기술센터가 협업하는 청년 창업농 경영실습 임대농장이 생겼다는 소식이었다. 곧바로 경영실습농장 임대를 신청했고, 근덕면 상맹방리에 ‘슈퍼 딸기’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건 딸기농장을 세웠다. 특히 이 곳은 삼척시 농업기술센터 전문지도사와 외부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농가 경영상태별 진단과 처방을 내려주는 한편, 고설수경시설을 활용해 설향 딸기를 촉성 재배하는 기술보급까지도 가능한 곳이어서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초보 농사꾼 안지훈씨 입장에서는 안성맞춤이었다.






▲ 안씨가 일하고 있는 딸기 농장 모습.





 
■ 친환경 재배로 연 매출 억대를 넘보다 안지훈씨는 맹방 ‘슈퍼딸기’ 농장을 운영하면서 세운 하나의 농사 철학이 있다. 어린이는 물론,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맛좋고 신선한 딸기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친환경 재배를 위해 먼저 클로렐라 농법을 도입했다. 클로렐라는 식물 플랑크톤 일종의 미생물로 광합성을 하는 담수 녹조류이다. 이 배양액을 딸기를 재배할 때 뿌리와 입에 적셔주고 뿌려주면 병충해에 강해질 뿐 아니라 열매의 당도와 경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슈퍼딸기’ 농장의 딸기는 유난히 색감이 뛰어나고 딸기 고유의 맛과 신선도가 오래도록 유지돼 인기가 높다. 여기에 꿀벌을 활용한 친환경 수정방법을 도입한 것을 비롯해 은행열매 추출물로 병충해 방제를 하고, 자닮오일과 자닮유황 등 친환경 살충제를 사용하는 등 농약없는 재배에 온힘을 쏟고 있다. 또 딸기 농장에서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하는 딸기수확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지훈씨는 현재 임대 농장 건너편에 새로운 농장을 설립하고 근덕 맹방 딸기가 전국 제일의 딸기로 인정받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지훈씨는 “농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힘든 만큼 결실을 보장한다”며 “처음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웃들과 함께 누구나 인정하는 맹방 딸기를 재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민 기자 ko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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