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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보고 해석해야 두근거리는 되잖아. 날 못한시민기자 북클럽 4기입니다. 꾸역꾸역은 '어떤 마음이 자꾸 생기거나 치미는 모양'을 뜻합니다. 책을 읽고 치미는 마음을 글로 잘 담겠습니다. <편집자말>
[김현진 기자]
얼마 전 도쿄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다녀왔다. 친구네 집에 머문 며칠이 내겐 여행이었다. 오월의 긴 연휴로 남편이 아이를 돌볼 수 있어 가뿐하게 혼자였다. 아이가 태어난 뒤, 홀로 해외로 가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행지에서 마주할 낯선 풍경보다 혼자 떠난다는 과정에 설렜다.
혼자가 되면 마음껏 헤매며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덕분에 몇몇 귀여운 장면을 수집했다. 정류장에 정차한 버스에서 네 살 정도 되는 꼬마가 서툰 걸음으로 걸어 내리기까지 여유 있게 기다려주던 버스 기사와 승객들 리드코프 광고 . 그 와중에도 아이는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바이 바이 버스! 바이 바이 버스!" 하고 외쳤다.
어떤 카페에서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섰는데도 한 명, 한 명에게 원두의 종류를 소개하고 취향을 묻는 바리스타를 만났다. 오늘 세상이 끝난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의 커피 한 잔을 누군가에게 내려 줄 것 같은 사람. 그의 충실함 성남통합 에 놀라며 감동했던 건 지치기도 할 법한데 변함없이 나긋나긋했던 목소리 때문이다. 그 모든 상황에서 누구 하나 불평 없이 고요했다. 일요일 오후의 나른한 시간이 나의 기억엔 '평온한 열심'이라는 장면으로 남았다.
와세다 대학교 앞 작은 라멘 집에서는 라멘에 올라가는 토핑 모양의 플라스틱 모형이 달린 열쇠고리를 가방에 주렁주렁 매단 채 주문 주택담보대출고정금리 을 받는 직원을 만났다. 주문에 따라 열쇠고리를 나눠주며 웃는 직원 덕분에 밥 먹는 일이 놀이같아 안 먹어도 괜찮을 토핑을 추가했다. 열쇠고리를 손에서 짤랑거리는 사이 나의 하루에 "Life is better..."(라멘집 이름)라는 주문이 스며들었다.

"너의 일상이 나의 일탈이 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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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세컨드 홈타운> 일상을 여행하듯 살기 위해 지구촌의 사람과 생활을 관찰하고 기록한 탐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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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행지에서 만난 귀여운 구석과 사람들, 삶의 풍경을 세심하게 기록한 책이 있다. 전직 카피라이터이자 광고 제작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작가 오지윤이 쓴 <마이 세컨드 홈타운>(카멜북스)이다.

작가가 경험한 여행은 한눈에 시선을 잡아끄는 명소 탐방이 아니다. 현지 생활 속으로 걸어 들어가 삶의 민낯을 발견하는 경험이다. 그곳에서 작가는 되돌아간 일상에서도 '여행하듯' 살 수 있는 마음가짐과 시선, 태도를 연습한다.
그에게 여행은 목표보다 과정에 주목하는 일, 세상이라는 열린 무대에서 적극적인 관객이 되는 일이다. 여행에 임하는 그의 기본 자세는 이렇다.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라, 현지인의 생활 속에 나를 던져라, 혼자 여행하는 대신 뜻밖의 장소와 사람, 그리고 시간이라는 낯선 동행을 만들어라. 그들을 곁에 두기 위해 용기를 낼 것!
나도 여행을 가면 평소보다 용감해지곤 했지만, 낯선 동행을 만드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저자처럼 현지의 생활로 깊숙이 들어가는 여행을 꿈꿨지만, 어느 선에서 한계를 느꼈다. 생활이란 사람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니까.
저자는 낯선 동행을 기꺼이 따라가 그 장소에 닿는다. 그리고 머문다. 책에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생활 이야기가 가득하다. 베를린에 사는 친구 곁에 한 달 가량 머물며 낯선 곳에 자기만의 집을 지어가는 모습을 관찰한다거나, 친구의 친구를 통해 독일 엄마에게도 엄마와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이 서울에서만큼 고되고 어렵다는 걸 깨닫는다.
교환학생 시절 알았던 친구를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여행에서는 한 사람이 어떻게, 얼마나 변해갈 수 있는지를 실감하고, 함께 국문학을 전공했지만, 로마에서 개발자로 사는 친구를 통해서는 삶이 그려낼 수 있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변화를 감상한다.
지구촌 곳곳에 '마이 세컨드 홈타운'처럼 친구를 둔 저자의 이력이 머무는 여행을 가능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떠남을 위한 여행에서도 낯선 동행을 곁에 두는 용기를 여실히 발휘한다.
일본 여행에서는 인스타그램으로만 알았던 작가를 만나 친구라는 관계를 맺고, 스페인 그라나다에서는 빨래 그늘 아래 누워 있다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에게 집시 기타리스트들이 공연하는 광장을 안내받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바닷가를 걷던 날엔 바비큐를 하는 털보 아저씨들의 부름에 응해 고기를 얻어먹고 인생 철학을 배운다.
그 비결은 프롤로그에 밝힌 것처럼 오감을 활짝 열고 아이처럼 처음을 탐닉하는 것. 그는 오감뿐 아니라 몸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구석구석 개방하여 그물망처럼 사용한다. '나에게는 일탈이지만 누군가에겐 일상'인 그곳에서 사소하지만 근사한 물고기를 거침없이 낚는다. 그만한 용기란 어떤 걸까, 묻다 보면 나의 용기를 가늠해 보려 다시금 여행을 떠나고 싶다.
돌봄, 변화, 발견이 키워드인 여행
책을 읽고 나자 책을 관통하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돌봄, 변화, 발견. 꼽아 놓고 보니 여행보다 생활이나 일상에 가까운 단어들이다. 여행으로 지구의 다른 곳에 두 번째 고향이 생길수록 저자는 매일의 하루를 돌아가고 싶은 고향으로 만들고 싶었다. 여행하듯 살고 싶다면 오늘에 정성을 들이면 된다. 그러기 위해 돌봄, 변화, 발견을 챙긴다.
작가는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자신으로 괜찮기 위해 돌봄에 집중한다는 걸 알아챈다. 원하는 환경과 라이프 스타일을 찾고, 곁의 사람들에게 손수 밥을 지어준다. 밥하는 일의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에서 돌봄이란 누군가에게 받는 일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해 줘야 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어디서든 잘 살고 싶은 노력은 잘 돌보는 일로 연결된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낭비하지 않는 이들, 지금에 충실해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만난다. 목표를 정해 하나의 길만 남기는 한국의 삶과 달리 그곳에는 수시로 갈림길을 거치는 각양각색의 삶이 존재한다. "나이는 상관없다고. 인생은 한번 뿐이라고. 제발 단순하게 생각하라고."(87쪽) 조언하는 그들을 보며 저자는 "늙어가는 게 아니라 계속 달라져"(93쪽)가는 게 인생임을 실감한다.
저자가 여행에서 주워 온 발견은 우리의 일상에도 유효하다.

"한 가지에 몰두할 수 있다면, 자유다."(133쪽)
"인생에 변화가 생기길 기대한다면, 할 수 있는 건 결과를 만드는 게 아니라 원인을 만드는 것."(34쪽)
"나는 내려가고 있지만 올라가는 중이다."(186쪽)
"산다는 것은 색색의 빨래 조각들을 하나하나 널어 놓는 일."(210쪽)
"그리움을 다채롭게 수집하며 살기."(228쪽).


짧은 도쿄 여행에서도 새로운 나를 마주하는 경험을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도 그때의 호기심과 여유를 기억해 '여행하듯' 살아야지 다짐했는데 일주일 사이 서울의 속도에 쫓긴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그런 나를 멈춰 세우고 묻는다.


"마침내 나는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다."(269쪽)


당신도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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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은 '어떤 마음이 자꾸 생기거나 치미는 모양'을 뜻합니다. 책을 읽고 치미는 마음을 열심히 글로 잘 담아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