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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예술의전당이 해외 진출을 목표로 제작한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 물의 정령’ 초연에서 공주 역을 맡은 소프라노 황수미. 예술의전당 제공


예술의전당이 해외 진출을 목표로 제작한 영어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 물의 정령’이 지난 25일 첫선을 보였다. 세계 초연이었다. ‘케이(K)오페라’를 내걸고 대본과 작곡에, 지휘와 연출까지 외국 제작진을 동원해 만든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음악은 장벽이 높지 않았고, 무대와 의상에도 공을 들인 표시가 났다. 하지만 싱거운 대본과 밋밋한 연출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관전평이 많았다. 오는 29일과 31일에도 공연한다.
예술의전당이 창작 오페라 제작에 나선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해외 오페라극장 대구광역시지방자치단체 공연을 겨냥해서인지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 대본을 선택한 점도 수긍할 만하다. 제작진에도 영어권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는데,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62)와 극작가 톰 라이트(57)는 오스트레일리아인,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58)과 연출가 스티븐 카르(48)는 미국인이다. 예술의전당은 이번 공연에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일본 신국립극장, 대만 타이중 연말정산주택담보대출이자 극장 관계자들도 초청했다.
2막 구성의 오페라는 초야에 은거하던 물시계 장인과 제자가 왕의 부름을 받아 물의 정령에 사로잡힌 공주를 구하는 내용이다. 동화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 판타지물에 가깝다. 걸리는 대목은 스토리 전개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웅도, 악당도 등장하지 않고, 눈에 띄는 갈등 관계도 없으며, 긴박한 사건 전개도 현재변동금리 찾아보기 어렵다.



예술의전당이 ‘케이(K)오페라’를 내걸고 제작한 창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 물의 공연’ 초연 장면. 예술의전당 제공


특히 1막은 상황 묘사가 장황하게 이어지면서 다소 지루한 느낌을 자아냈다. 국내 자동차 회사 공주를 치료할 방책을 놓고 왕과 신하들이 논쟁을 벌이는 대목은 동작이 거의 없어 지나치게 정적이다. 작품 곳곳에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지만, 교훈적이되 해학이나 풍자는 없다. 막을 내리기까지 2시간 넘도록 객석에서 웃음이나 박수 한번 나오지 않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이후 공연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케이오 사해행위 페라’를 내걸었지만, 한국적 색채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조선시대 물시계 자격루와 비슷한 형상이 나오고, 거문고 독주자도 등장하지만, 음악에서 국악 요소가 강한 편은 아니다. 다만 성악에서 ‘정가’의 창법을 차용한 점이 눈에 띈다. 공주 역의 소프라노 황수미와 장인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는 끝없이 꺾는 창법으로 넘실거리는 물결의 이미지를 신비롭게 표현했다. 고생깨나 했을 법한데 그만큼 성취감도 클 것 같다.
관현악에선 바그너와 푸치니, 말러,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두루 엿보였다. 특히 4분 남짓한 서곡은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4부작’ 가운데 ‘라인의 황금’ 도입부에서 ‘물의 요정’들이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어려운 초연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 종반에 나오는 ‘노이오페라코러스’의 혼성 합창은 작품의 활력소로 작용했다. ‘케이오페라’를 내걸되, 한국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전략이 해외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