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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에서 당시 김문수, 한동훈(오른쪽) 후보가 박수를 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들이 다시 맞대결을 벌일 경우 ‘계파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가 단순한 재격돌 아파트 매매시 서류 을 넘어 보수 정치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후보가 대선 패배 후에도 잠행 대신 연일 공개 행보를 이어가면서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전 후보는 대선에서 낙마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4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연체자담보대출 해단식, 5일 캠프 해단식에 잇달아 참석해 당내 민주주의 훼손과 계파 분열 문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6일에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대선 캠프 참모진과 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헌화·분향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운데)가 현충일인 지난 6일 오전 서 씨티은행대출조건 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대선 캠프 참모들과 함께 현충탑에 참배하기 위해 시민들 뒤로 줄 서고 있다. 뉴시스



 
하루 뒤인 7일에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윤어게인’ 집회가 열리던 장소 인근을 지나는 마을버스 안에서 기업은행대출금리인하 집회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더해 나경원·안철수 의원과 연쇄 회동하고,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 등과도 만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행보에도 김 전 후보는 당 대표 출마설에는 일단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앞서 캠프 해단식에서 “지금은 자리다툼을 채우미론 할 때가 아니다. 우리도 똑같은 쓰레기 더미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대통령직에도 욕심이 없지만 당 대표에도 욕심낼 일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후보가 대선 이후 보여준 모습들이 일반적인 ‘패장(敗將)’의 행보와는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그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윤희석 전 대변인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문수 후보가) 99.5% 당권 경쟁에 뛰어드실 것으로 본다”며 “어차피 나오시겠다고 하는 건 자유 의지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1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한동훈 경선 후보가 지난달 2일 경남 창원시 마산어시장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도 YTN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김문수 후보 말고 대안이 없다”며 “강력한 당 대표 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민주당 이재명 정권과 겨룰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후보의 유력한 경쟁자는 한동훈 전 대표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당내 대표적 인사로, 김 전 후보의 ‘탄핵 대선’ 패배 이후 당내 입지가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가 차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는 이들이 전체의 60% 정도라고 언급하며 “당 대표는 개혁안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고 지나간 과거에 대해 정리가 된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성국 의원도 YTN 라디오를 통해 “대부분 다 계엄과 탄핵에 엮여 있고 여기에 자유로운 사람, 선명한 목소리를 낸 사람은 한동훈밖에 없다”며 “영웅은 난세에 나지 않느냐 이런 표현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대 한동훈’의 리턴 매치가 펼쳐지면 과거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됐던 구주류와 ‘친한(한동훈)계’의 대립 구도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아 ‘계파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친윤과 친한으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에 굉장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김 전 후보와 한 전 대표의 불출마를 권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역시 SBS 라디오에서 “무엇이 잘못돼서 오늘날까지 이렇게 됐느냐 하는 거를 생각하고서 당을 개편할 생각을 해야 한다”며 “단순한 지금 현재 상황만 갖고 논의를 했다가는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늦어도 8월 안에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에 앞서 오는 16일 열릴 원내대표 선거 이후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 등 지도부 구성을 위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어느 계파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김 전 후보와 한 전 대표의 당권 도전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수 재건의 동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분당(分黨)’ 가능성을 포함해 보수 진영 전체의 향방이 갈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통해 합리적 보수가 당을 이끌게 될지 아니면 과거 관행대로 극우 수구 세력이 전면에 나설지를 계기로 정치권 전체에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며 “기존 정치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TK 지역 정당으로의 소멸은 물론 보수 전체가 괴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당 쇄신과 중도 확장 가능성을 갖춘 제3의 ‘개혁형 리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동훈은 당의 불안정성, 김문수는 당의 극우화 가능성 때문에 어느 쪽도 온전한 보수 재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을 추스르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중도층을 확장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답”이라고 조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