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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발레 무용수들의 ‘꿈의 무대’ 위, 새로운 한국인 스타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계 최고 발레단으로 첫손에 꼽히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에 입단한 발레리노 전민철(21)이 내달 17일 고전 발레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할을 맡아 전막 발레 주역으로 데뷔한다고 케이글로벌발레원이 25일 밝혔다. ‘라 바야데르’는 고전 발레를 완성한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1818~19 인터넷재무계산기 10)가 1877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한 작품. 인도 왕국을 배경으로 힌두 사원 무희와 왕국 최강 전사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다. 특히 3막 도입부 ‘망령들의 왕국’ 장면은 고전 발레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환상적인 군무다.
전민철의 마린스키 주역 고속 데뷔는 한국 발레 역사에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전민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kt 회선정리 한예종)를 졸업하기도 전에 입단이 결정됐다. 2011년 동양인 최초로 입단해 이 발레단의 모든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세계 발레의 수퍼스타 김기민(33)에 이어 마린스키의 두 번째 한국인 발레리노. 마린스키는 러시아 순혈(純血) 전통이 강한 데다 자국 엘리트 무용수들도 입단 자체가 어렵다.



정기예금 담보대출 지난해 9월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에서 주역 '솔로르'를 연기하는 발레리노 전민철. 내달 17일 마린스키의 '라 바야데르'로 주역 무용수 데뷔 무대에 선다. /유니버설발레단


마린스키는 아직 비자 발급 절차도 끝나지 않은 전민철에게 게스트 아티스트 자격을 줘 주역을 맡 돈의문뉴타운 긴다. 전민철에게 걸고 있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우다. 정식 솔리스트(Soloist) 등록은 비자 절차가 끝난 뒤 이뤄진다.
콧대 높은 마린스키가 군무(群舞)도 거치지 않은 한국 출신 신인에게 바로 솔리스트 자리를 주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전민철은 지난 12일 출국해 13일 마린스키에 첫 출근, 단장 겸 예술감독 안드 전세보험 리안 파데예프와 첫 공식 미팅을 가졌다. 파데예프는 이 자리에서 “7월 17일 ‘라 바야데르’ 공연의 솔로르 역할을 맡으라”는 발레단의 결정을 직접 알렸다. 요즘 각광받는 마린스키의 스타 수석 무용수 나데즈다 바토예바가 상대역 ‘니키아’로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전민철은 주역 데뷔에 앞서 내달 4일 ‘백조의 호수’ 파드트루아(3인무)에 먼저 출연한다. 무대를 익히고 실전 감각을 가다듬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다.
전민철은 2023년 세계 최고의 콩쿠르 중 하나인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 파드되(2인무) 1위에 이어 올해는 같은 대회에서 시니어 그랑프리를 받았다. 한예종 재학 중이던 지난해 9월엔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공연의 ‘솔로르’로 데뷔했다.



마린스키 극장 객석을 배경으로 무대 위에 함께 선 전민철과 발레 마스터 유리 파데예프(전 마린스키 예술감독). /케이글로벌발레원


스승인 김선희 한예종 무용원 명예교수는 “민철은 키와 팔 길이 등 무용수로서 이상적 비율과 신체 조건뿐 아니라 타고난 서정성이 몸에 배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마린스키의 솔로르는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라며 “한국 발레의 높은 수준, 최고 콩쿠르 수상 경력과 오디션에서 눈으로 확인한 실력, 선배 김기민이 쌓은 신뢰, 러시아 발레와 인연이 깊은 유니버설과의 ‘라 바야데르’ 공연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주역을 맡겨도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민철은 지난해 9월 김기민과 함께한 본지 인터뷰 때 오디션을 보러 간 마린스키에서 김기민의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본 이야기를 했다. 그는 “1막 뒤 인터미션 때 저 혼자 객석에 앉아 있는데 그저 ‘빨리 마린스키와 함께하고 싶다, 이 무대에서 그냥 춤추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전민철에게 그 소망이 이뤄지는 첫 번째 순간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그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마린스키 극장 무대에 드디어 설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저의 춤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가 문화적으로 더 깊게 연결되도록, 작품의 아름다움과 극장의 전통을 온몸으로 느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