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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전력 수요 급증·대규모 정전 사태 부를까요?
A. 챗지피티(Chat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기술의 확대는 제2의 ‘원전 르네상스’ 기대감에도 불을 지폈습니다. 인공지능의 두뇌인 데이터센터 운영 등에 많은 전력 소비가 예상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에 다시 주목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을 짓겠다며 “데이터센터 증가 등에 대비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신기술의 등아이디스홀딩스 주식
장은 늘 에너지 업계를 들썩이게 합니다. 25년 전 ‘닷컴 붐’ 때에도 그랬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을 활용한 구글, 이베이, 아마존 등이 등장하면서 에너지 업계에선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발전 시설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1999년 5월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는 “10년 내 피시(PC)와 인터넷이 미국 전력 수요 절반을 유럽증시개장시간
차지할 것”이라는 에너지 업계의 분석을 근거로 삼아 발전소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죠. ‘탄소 감축’ 요구가 지금처럼 거세지 않던 시기라서, 원전의 긴 건설 기간(약 10년)과 재생에너지의 낮은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당시 석탄발전소를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실제 미국에선 2001~2007년 150기 이상의 석탄발전소를 새로 건설증권이벤트
한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닷컴 거품이 가시면서 그중 70%는 취소되고 말았지요.
인터넷 혁명은 정말로 미국의 에너지 수요를 폭증시켰을까요? 결론은, 전력 수요는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통계를 보면, 1990년대 후반 미국의 연평균 전력 수요는 3400~3600테라와트시(TWh)였는데, 매장판황금성
2000년대엔 3800~4000TWh로 증가한 뒤 현재 4100TWh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효율 가전제품 보급 확대와 미국 내 기업의 해외 이전 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인터넷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2배 이상 증가한다’는 전망은 ‘전력 산업계의 기대감 섞인 과장이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 셈입니다.
신기술 도입 등에 따라 전력 수요바다이야기오리지널
가 폭증한다는 전망은, 기본적으로 컴퓨팅 성능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전망에 기대고 있습니다. 인텔 공동설립자 고든 무어의 이름을 딴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24개월 주기로 2배씩 증가한다”는 경험적 관찰을 바탕으로 기술이 무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봅니다. 이렇게만 보면 전력을 공급해야 할 발전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야 하겠지요.



미국이 인공지능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사고가 발생한 스리마일섬 원전을 2028년 재가동할 계획이다. 사진은 스마마일 원전의 냉각탑 모습. AP 연합뉴스


그러나 일각에선 ‘무어의 법칙’과 함께, 저전력 기술 발전을 강조하는 ‘쿠미의 법칙’에 주목합니다. 2010년 미국 스탠퍼드대 조나단 쿠미 교수는 ‘컴퓨팅 연산에 필요한 배터리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취지의 ‘쿠미의 법칙’을 발표했습니다. 단위 에너지당 컴퓨터 연산수가 1945~2000년대 10년마다 100배씩 증가했고 , 2000년 이후에는 10년마다 16배씩 증가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새 휴대폰이 나올 때마다 배터리 크기는 작아져도 작동 시간은 길어지는 것처럼, 기술 발전은 트랜지스터의 집적도뿐 아니라 배터리 효율도 늘리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전력 공급을 마냥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산업이 현재 추세대로 전개된다면 2035년 전세계 데이터센터는 1200TWh(전세계 전력 소비의 3%)를 소비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다만, 인공지능 도입이 가속화되고 인프라가 더 확충되는 ‘가속화’(Lift-Off) 시나리오에선 전력 소비가 1700TWh(4.4%)로 치솟지만, 인공지능 효율을 대폭 개선하는 ‘높은 생산성’(High Efficiency) 시나리오에선 이를 970TWh(2.6%)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발표한 ‘에너지와 인공지능’ 보고서에서 2020~2035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전망한 그래프. 보고서 갈무리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도 “최근 챗지피티보다 적은 전력을 사용하고도 고효율을 내는 중국 딥시크(DeepSeek)가 등장해 미국 원전주가 폭락한 것처럼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기술 혁신도 빨라질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지금 원전을 더 짓지 않으면 앞으로 대규모 정전이 온다는 식으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주장에 대해선 “2000년대에도 에너지 업계와 미디어가 함께 ‘과잉 설비투자’ 분위기를 부추겼었다”고 꼬집었어요. 필요한 전력 설비를 확충하는 데 손을 놓아선 안되지만, 막연한 불안감에 휩쓸려 미래세대에 부담을 키울 화석연료 설비, 원전 등을 함부로 늘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대형 발전소를 세우는 것보다는 태양광·풍력 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기업·공장을 이전하는 식의 ‘분산에너지’ 정책이 더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자전기공학)는 “전력수요를 높게 잡아 오랜 기간 대형 발전 설비를 짓는 것보다 지속해서 늘고 있는 재생에너지 생산지로 데이터센터를 이전하거나 전력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